학교 120주년, 이과대학 70주년 기념 행사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NIF/석학초청 강연 시리즈로 필즈메달 수상자인 젤마노프 교수님 강연이 있었습니다.
일시: 12월 7일 오전 10시 30분
장소: 백주년기념삼성관 국제원격회의실
연사: Efim Zelmanov (1994년 필즈메달 수상자)
강연제목: Mathematics in the modern world
이 행사 이후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수학과 권택연 세미나실(이학관 526호)에서 학생들과 젤마노프 교수님과의 간담회를 진행한 후 저녁식사를 같이 하였습니다.
오늘 강연에서 젤마노프 교수님은 수학이 지난 2000여년간 인류가 쌓아올린 기술의 발전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으며,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에 이은 정보혁명의 초입에 서있는 지금 그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을 역설하였습니다.
증명으로 진리를 검증하는 수학은 첨단기술의 동력인 동시에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학문으로서, 결코 순수와 응용으로 나눌 수 없으며 마치 식물과 같이 모든 부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하였습니다. 그 예로, 5차 다항식의 일반해법이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 19세기 프랑스 수학자가 갈루아가 개발한 군 이론과 유한체 이론은 보이저 행성탐사에 사용된 부호이론부터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공개키 암호이론까지 현대사회 깊숙히 적용되고 있으며, 20세기 초반 함수해석학에서 등장한 라돈의 이론은 이후 의학계에 필수적인 영상장비에 적용되고 있음을 소개하였습니다.
강연에 이은 질의 응답시간에서, 수학 공부를 잘 하는 방법에 대한 질문에 젤마노프 교수님은 시간을 들여 도전하는 문제들을 통해 자신이 성장하는 것이며, 첨단 분야에 대한 연구와 변하는 세상에 대한 학생들의 고민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원리를 다루는 기초 학문 교육 fundamental education이 필수적임을 강조하였습니다. 이날 강연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격변의 시기를 맞고 있는 현 세대에게 수학을 비롯한 기초 과학의 중요성과 이를 지원하는 대학의 역할에 대해 깊은 이해를 제공하였습니다.
젤마노프 교수님은 제한된 번사이드 문제를 해결한 공로로 1994년 필즈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번사이드 문제는 수학의 한 분야인 대수학에서 추상적인 공간의 대칭성을 기술하는 수학적 구조인 군에 관련된 질문으로, 유한 번의 연산을 통해 자기 자신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조건을 만족하는 생성원소 유한개로 만든 군은 언제나 유한개의 원소를 갖게 되는지를 묻고 있습니다. 이는 유한개의 생성원소들이 개별적으로 유한한 대칭 표현방식을 갖고 있을때 이들을 이용하여 구성할 수 있는 전체적인 대칭의 표현 방식도 유한한지, 즉 생성원소에서 발견되는 국소적인 유한성이 군의 전체적인 유한성을 보장하는지를 묻고 있습니다.
영국 수학자 윌리엄 번사이드의 1902년 논문에서 시작된 이 문제는 군 이론에서 가장 오래된 질문 중 하나로 대수학의 전반적인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원형 그대로의 문제에 대한 도전과 동시에 여러 변형된 형태의 문제에 대해 연구도 동시에 진행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1930년대에 제시된 제한된 번사이드 문제가 많은 학자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문제는 원래 번사이드 문제에 나오는 생성원소 조건과 함께 전체 원소의 개수가 유한하다는 조건을 추가적으로 만족하는 군의 종류가 유한한지를 묻습니다. 50여년에 걸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여러 부분결과들을 얻었는데, 그 중 하나로 원래 번사이드 문제에 대한 반례를 찾아 번사이드 문제를 부정적인 답으로 종결시키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수학자들의 끊임없는 도전과 성과들을 기반으로, 젤마노프 교수님은 히그만-사노프 항등식이 성립하는 리대수의 특성에 대한 연구와의 연계를 통해 제한된 번사이드 문제를 1989년 최종적으로 해결하였습니다.
미국 시카고 대학교, 예일 대학교 등에 재직하셨던 젤마노프 교수님은 탄탄한 논리적 구성을 기반으로 특유의 유머 감각과 재치있는 언변을 통해 난해한 고등 수학이론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탁월한 강의로 유명하셨습니다. 지금도 군 이론과 비결합적 대수 구조에 대한 활발한 연구를 진행 중이시며 세계 각지에서 후학 양성과 수학 대중화에 기여하고 계십니다.